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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성우지망생 연습용 단문모음 (1)

by CHLee. 2020. 8. 9.

여자 단문 모음 (1)

 

30대

생각 안나? 왜 세제 풀어서 솔로 살살 문질러 빨아 입으면 되는데 뭐하러 드라이 클리닝 하냐고 했잖아. 그렇게 맞벌이로 살림 일구고 점수 모아 은산에 왔다고 했잖아. 광역시 안에 이미 집도 사놓고.

 

30대

그때, 여기 그만두고 올라가서...우연히 신문에서 방송 아카데미 광고를 봤어. 학교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1년 동안 교육 받았어. 운이 좋았는지 강의받던 선생님의 보조 작가가 됐구. 그러다 독립을 하게 됐어.

 

30대

피디와 파트너 관계긴 하지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언제나 피디가 써줘야 작업을 할 수 있거든. 피디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작가하고만 일하려고 해.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잘 팔리는 작가는 엄청 잘 나가고, 그렇지 않은 작가는 1년 가야 기름값도 건지기 어려워.

 

30대

그렇지 않아.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애들이 나를 아주 훌륭하게 여겼었어. 그런데 더 커지니까 안 그렇더라. 저희들 눈에도 이제 돈 많은 사람들, 능력 있는 사람들, 잘난 사람들 많이 보이겠지. 글너 부모를 둔 애들 부러울테고. 부모 노릇도 돈이 하는 거더라고. 요즘 애들 가치는 명백히 돈이야.

 

30대

나, 고등어 잡이 배를 탄 적이 있어. 여러 배들이 팀을 이뤄 고기잡이를 해. 주로 한밤중에. 그물을 끌어올리면 퍼덕퍼덕 번쩍번쩍 장관이야. 수십, 수백만 마리의 고기들이 동시에 잡혀 올라와. 그리고 냉장창고로 들어가 한꺼번에 죽어 가는 거야. 서로 부대끼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저 고등어들은 괴롭긴 하지만 외롭지는 않겠다고.

 

40대

그 영감 최근에는 손님이 없어서 여인숙 월세 받아먹고 살았는데, 그 영감이 얼마전에 괜찮은 여자를 하나 만났거든. 그 여자 밑천 삼아서 다시 색시 장사 해 볼 생각이었어. 아무리 못사는 동네라도 그 장사는 될 거라면서. 근데, 그여자 빚 청산하는데 딱 백만원이 모자란다는 거야. 백만원, 백만원, 입에 달고 다녔어. 그리고...손에 상처를 봤어요. 어제 없던 상처가 오늘 있는데 이상하지 않아요?

 

노년

(혼잣말로) 이만큼 살았다고 잘 산게 아니야. 평생 어깨다 돌가마 지고 모래를 입에 물고 살았어. 죄많은 인생 어찌 죽을까 했더니, 옛날부터 천천히 죽고 있었어.

 

NA)

그날 밤, 그렇게 할머니 가슴에 대못을 치고 사라졌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둑 고양이들처럼 차례차례 찾아들었다. 마치 이런 일이 있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NA)

그렇게 그들은 돈 백만원을 나눴다. 하지만 탁기봉 노인은 돌아가는 길에 진이를 만나 다시 그 돈을 뺏겼다. 물론 손을 다친 건 그때였다. 진이가 휘두른 칼이었다. 그리고 진이와 미나는 할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얌전히 눕혀진 할머니 시신에 칼을 꼽았다. 그렇게 된 거였다.

 

NA)

그는 거울 속의 자기를 들여다 보았다. 거무튀튀한 중년의 사내가 러닝셔츠 위에 촌스럽게 머리통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하게 다져진 근육과 군살이곤 없는 다부진 몸매를 보자 순간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테니스 덕분이었다.

 

NA)

두 사람이 나란히 앉자마자 7, 8년의 세월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아쉽게 호감을 가졌던 사이였기에, 그런 만큼 친밀했던 느낌이 둘 사이에 남아 있었다.

 

NA)

테니스 코트장 펜스 너머에 코스모스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진분홍 꽃을 한 송이 따서 손등에 스쳐 보았다. 신선영의 입술 같았다. 분홍색, 미색, 보라색 옷을 입었던 스물여섯의 신선생이 떠오르고, 하얀 원피스를 입은 어제의 모습도 떠올랐다. 나이답지 않게 왜 그렇게 맑은가 했더니....벌써 육체는 떠나버려 끈적이는 욕망들은 사라져 버리고 하얀 소망만 남은 상태였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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