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본/(라디오, TV)드라마, 영화

10대남자, 40대남자 단문(그냥날아오르면돼/KBS무대/라디오드라마단문/성우)

by CHLee. 2020. 7. 30.

철수(40대 초반 / 男 / 말투가 어눌한 괴짜 천재)

 

태풍이 너보다 어렸을 때였을 거다. 나는 우주선을 만들고 싶었다. 그건 단순한 꿈이었다. 하지만 그 단순한 꿈을 이루기 위해선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학교 성적이 좋지 못했고, 담임 선생은 내 허락도 없이 문과로 날 집어넣었다. 대학을 가지 않았다. 흥미 없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기에. 너 왜 날 한심하게 보느냐? 딱 우리 아버지 김영수씨가 어제도 전화와 그 소리 했다. 그렇담, 그렇게 산다면, 내 존재의 목적은 무엇이냐? 딱 우리 어머니 장순자씨가 어제도 전화와 그 소리 했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도 있다.

 

 

태풍(10대 후반 / 男 / 유쾌한 성격이지만 방황하는 학생)

 

총 67명에게 전화를 했어요. 대부분은 도움 안 되는 의미없는 소리였지만, 통화하며 한가지 깨달은 게 있었어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나는...... 우주선을 타지 않아야 한다. 죄송합니다. 원래... 어제 낮에만 해도 가려고 했었어요. 석원이랑 동영이 는 겨우 7.6센치 때문에 그 위험한 곳을 가느냐고 했지만, 저한텐 겨우가 아니었거든요. 전날보다 0.1센치만 커도 종일이 행복했어요. 0.1센치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76배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근데... 확신이 사라졌어요. 꿈에 대한 확신이요... 나는 정말 모델이 되고 싶은 것일까? 무대에서 사람들이 날 보며 환호하는 모습을 꿈꾼다고 했지만, 어쩌면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럼 모델이 아니라도, 다른 직업이라도 상관없을 텐데. 아니다 아니다. 키가 작음에도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주변의 입바른 위로가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또 아니면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에 대한 단순한 동경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아직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태풍이 넌 하고 싶은 게 있어 부럽다’ 는 친구들 말에 중심을 잃은 건 아닐까... 이도 저도 다 아니면 그냥... 키가 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실은... 기차 3호차에서 뱅글뱅글 돌 때... 생각보다 황홀하지가 않았어요. 행복하지가 않았다고요. 말이 요점이 없죠? 이랬다가 저랬다가 그러죠? 근데 지금의 제가 진짜 그래요. 형님과 같이 하늘과 별을 보고, 우주를 상상했는데... 저는 꿈을 잃은 셈이죠. 그랬을 지도요. 그렇다면 그건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진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