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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라디오, TV)드라마, 영화

30대 험악한 남자(거울속당신/KBS무대/라디오드라마단문/성우)

by CHLee. 2020. 8. 3.

진철 ( 30대 후반 / 男 / 성질 급하고 때론 험악한 성격)

 

우리가 만나야 할 이유가 또 있나? 용서? 갑자기 뭔 용서? 요따위 일에도 어려운 게 용서야.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구. 난 말이야, 그 만약에가 증말 싫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왜 골머리를 앓아야 되는데? 됐고. 내가 요즘 그 여자를 떠올리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이 뭔지 알아? 허이구 발끈할 줄도 아셔. 아무튼 아버지라는 그 인간한테 맞을 때, 그 여자... 엄청 아팠을 텐데 왜 소리를 안 질렀을까... 난 그게 못 견디게 싫었어. 그래서 어두운 게 무서우면서도 자꾸 눈을 감았지. 감고 또 감고... 꿈에서조차 눈을 감았다구. 그 속에는 별도 없고 달도 없었어. 밤의 비밀 얘기 몰라? 으하하하... 그 여자가 나한테만 해 준 거야? 그건 우리 둘만의 추억이라는 거네. 하하하.. 그거 하난 맘에 드는군. 내,내가 여기 있는 걸 알아, 그 여자가? 뭐, 말해도 그만이지만.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야. 싫은데. 안 만난다구, 완전 진지하게. 싫어. 그 여자가 혹시 내 앞에서 옛날처럼 소리 없이 울기라도 하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그 여자 때문에 또 여기 들어올 순 없잖아. 아무리 깜빵이 익숙하고 편해도 여긴 자유가 없거든. 자.유... 그거 아나? 아니, 그쪽은 자유가 뭔지 몰라. 내가 엄마가 뭔지 모르듯이. 엿 먹으라고 그래.... 그런 어린애를 버리고 갔으니 대단한 여자야, 안 그래? 내가 딱 한번 그 여자한테 연락한 적이 있었어. 아버지, 그 인간이 죽으면서 나한테 번호를 줬었거든. 길 가던 놈들이랑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에 붙잡혀갔던, 열여섯 살 때... 근데 전화 받은 어떤 남자가, 내가 사정 얘기를 하며 그 여자를 찾았는데도, 모른다고 잘못 걸었다며 막 성질을 내더라구. 그땐 알았지. 그 여자랑 나랑은 이제 진짜 끝이라는 걸. 집어치워, 그 엄마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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