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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라디오, TV)드라마, 영화

30대 산후우울증 여자(굿바이,허난설헌/KBS무대/라디오드라마단문/성우)

by CHLee. 2020. 8. 7.

홍선 ( 30대 초반 / 女 / 가수가 꿈, 산후우울증, 삶에 지쳐있다. )

 

그래, 그랬었지. 노래가...너무 하고 싶어서.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 이제 더는 안 되겠어. 베이비모니터 설치해서 다 보면서 할 거야. 그리고 말 나온 김에 나 시간제 베이비시터 좀 써주면 안 돼? 종일은 우리 형편에 무리고 하루에 세 시간, 아니 딱 두 시간만이라도... 휴우...지금 여기서 우리 아빠 칠순 얘기가 왜 나와? 그래, 미안해. 애 엄마가 돼서 애 키우고, 애만 보고, 애 엄마가 되기 전의 차홍선은 딜리트키로 싹~! 지워버려야 되는데 깔끔하게 그러지 못해서~!! 육아는 마라톤이야! 해일이가 네 살이 된다고 해서 해일이가 다 크는 건 아니야. 그때 역시도 해일이에게 엄마 손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야. 그리고 집...집...하는데...솔직히 말해 삼 년 후면 우리가 집을 살 수가 있어? 이 서울 땅에서? 한 십 년 당신 버는 돈 하나도 안 쓰고 올곧이 저축만 한다면 가능하겠지.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이야? 그래 알아, 당신 고생하는 거... 당신이 무슨 돈 버는 기계도 아닌데, 주구장창 일에 묶여 있는 거... 그래서 더더욱 나도 내 일을 시작하겠다는 거잖아. 내가 오디션 돼서 앨범도 내고, 내 이름값이 좀 생기면... 유명한 가수는 차치하고서라도 제대로 보컬학원을 하나 차리더라두 그렇게 해야 메리트가 생긴다구~! 그래...다 맞는 말이야. 천사 같은 아기의 사랑스러운 순간... 그 순간을 종일 지켜보고 돌보는 게 올곧이 백프로 나만의 몫이라는 게 문제지만. 모성...그걸 왜 엄마한테만 강요하는 거야? 지금 해일이의 천사 같은 순간이 그렇게 소중하면 당신도 일을 좀 줄여! 최소한 주말이라도 해일이를 돌보면서 그런 말을 해! 난 임신하고 출산하느라 지금 이년 가까이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 나의 하루는 오로지 해일이를 위해서 돌아가. 하루종일 아파트 옆 슈퍼에 가는 시간도 허락 안 돼서 종일 집에 감옥처럼 갇혀있는 기분...당신 알기나 해? 서서 밥 먹는 게 일상이 되고, 뉴스 한 토막, 신문 한 자 읽기 힘든 삶을, 당신이 이해해? 아기가 잠든 시간엔 틈새에 해치워야 할 집안일이 산더미야. 수유중이라 밥도 먹어야 하구...노래가 하고 싶어 입이 바짝바짝 자면서도 입이 달싹달싹 거려...그런데도 요새 내가 하는 노래란 게 겨우 뭔 줄 알아? 해일이...자장가 불러주는 거야. 베란다에서, 거실 소파에서 해일이 품에 안고 자장가 불러주는 게... 내가 유일하게 부르는 노래라구...! 관두자. 날 이해하고 사랑했다 믿었던 시간들까지 부정하는 거 같은 그런 말은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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